주역은 필연의 세계와 우연의 세계가 공존하고 맞물려 있는 세계라 말할 수 있다. 째즈 음악의 모든 요소들은 지극히 우연적이고 즉발적이고 예측불허한 것 같이 보이지만 그것을 지배하는 음의 법칙은 매우 제한된 수학적 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우연은 필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명의 세계에는 이런 필연과 우연의 요소가 양립하고 있다. 필연은 통제가능한 제한된 법칙의 세계라는 뜻일 뿐, 그것이 어떤 초월적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제한된 법칙의 요소들의 상호관련에서 발생하는 세계는 무한히 다양하다는 것이다. 째즈코드의 순환 속에도 화성이나 스케일을 진행시키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피아노 건반은 매우 제한된 것이지만 거기서 발생하는 멜로디, 리듬, 화성의 세계는 무한의 변주가 가능하다. 필연과 우연, 필연과 자유는 서로 연결되어있는 연속적 일체이지, 그것이 2원론적으로 유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